처음 만들었던 맵은 지금 다시 보면 어설펐습니다. 몬스터의 움직임도 엉성했고, 퀘스트 대사는 길고 딱딱했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안에서 누군가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친구를 만들고, 시간을 잃어버렸고, 어떤 사람은 처음으로 길드라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게임이란 결국, 불완전한 무언가에 사람의 이야기가 스며드는 공간이라는 것을요.
코드가 아닌 세계를 만든다는 것
우리는 늘 엔진과 싸웁니다. 메모리, 최적화, 충돌, 서버 지연. 하지만 진짜 싸움은 그 너머에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믿고 들어올 수 있는 세계, 하루를 묻어둘 수 있는 장소.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만드는 것의 정체입니다. Echo of Soul을 처음 기획할 때도, 스킬이나 수치보다 먼저 고민한 것은 ‘이 세계가 믿을 만한가’였습니다.
서버는 코드지만, 플레이어는 사람이다
수천만 줄의 코드가 움직이지만, 결국 그걸 사용하는 건 사람입니다. 어떤 날은 단 한 줄의 버그가 하루를 망치고, 어떤 날은 한 줄의 대사가 눈시울을 적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사람을 먼저 떠올립니다. 숫자가 아니라 표정을, 로그가 아니라 시간을 생각하려고 합니다. Echo of Soul 리뷰를 읽을 때마다 우리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갑니다. 거기엔 우리가 놓친 것들이 있고,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이 있으니까요.
실패의 기록이 쌓여 지금의 우리를 만든다
개발 초기엔 모든 게 계획대로 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서버는 터졌고, 밸런스는 붕괴됐고, 콘텐츠는 지루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몇 번이고 폐쇄와 재런칭을 반복하면서, 우리는 오히려 더 단단해졌습니다. 한국 재런칭 기사를 처음 봤을 때, 부끄러움과 동시에 다시 해보고 싶다는 의지가 생겼습니다. 실수는 부끄럽지만, 부끄러움이 있어야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요.
콘텐츠가 아니라 경험을 설계한다
우리의 목표는 단순히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기억에 남는 경험을 만드는 것입니다. 전투에서의 한순간, 길드에서의 대화, 퀘스트를 깨던 새벽의 집중. 그런 조각들이 모여 게임이라는 거대한 서사가 완성됩니다. 그래서 기획 회의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은 “사람이 이걸 기억할까?”입니다.
디테일은 언제나 사람을 향한다
- 스킬 이펙트는 화려함보다 ‘타이밍의 손맛’을 우선합니다.
- 퀘스트 문장은 문법보다 ‘캐릭터의 감정선’을 먼저 봅니다.
- 배경 음악은 볼륨보다 ‘세계관의 호흡’을 따릅니다.
라이브 서비스는 끝나지 않는 대화
운영은 늘 긴장의 연속입니다. 업데이트 공지가 올라가는 순간부터 우리는 댓글을 봅니다. 어떤 날은 “고맙다”는 말이 달리고, 어떤 날은 “왜 이걸 또 바꾸냐”는 말이 쏟아집니다. 그 모든 피드백은 다음 주의 수정안이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조금씩, 한 발씩 앞으로 갑니다.
운영팀의 하루는 이렇게 흘러갑니다
- 새벽: 로그 분석과 피드백 정리
- 오전: 패치 노트 작성과 QA 체크
- 오후: 커뮤니티 대응과 이벤트 설계
- 밤: 다음 빌드 계획과 밸런스 회의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결국 한 가지를 깨닫습니다. 라이브 서비스란, 게임을 고치는 일이 아니라 사람과 대화하는 일이라는 것을.
플레이어의 시간을 존중하는 설계
우리가 가장 조심하는 건 ‘시간’입니다. 플레이어의 시간은 돈보다 귀중합니다. 그래서 이벤트를 만들 때도, 퀘스트를 설계할 때도, 반드시 한 번 더 묻습니다. “이 시간이 가치 있었을까?” 그리고 그 질문이 ‘예’일 때만 업데이트를 진행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다시 돌아갑니다. 몇 주가 걸리더라도요.
우리가 믿는 몇 가지 원칙
- 사람보다 빠른 기술은 없다 – 플레이어를 기다리지 못하는 기술은 의미가 없습니다.
- 한 장면의 진심이 시스템 전체를 움직인다 – 감정이 설계를 이깁니다.
- 게임은 끝나지 않는다 – 서비스 종료가 아니라, 다른 이름으로 계속됩니다.
Echo of Soul, 그리고 그다음
Echo of Soul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름이 바뀌고, 플랫폼이 달라지고, 서비스 주체가 달라져도, 우리는 계속 새로운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서비스 페이지를 볼 때마다 다시 다짐합니다. 이 세계는 여전히 확장될 수 있다고.
플레이어에게 전하고 싶은 말
아직 다 하지 못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아직 열지 못한 문도 많고, 보여주지 못한 장면도 많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우리가 만드는 모든 것은 결국 당신에게 닿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 밤새 로그를 붙잡고, 작은 픽셀 하나를 다시 그리고, 버그를 수정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당신이 다시 돌아올 때, 조금 더 나아진 세계를 보여주기 위해서.
마지막 패치 노트의 문장
“우리는 이번에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제보다 나아졌습니다.” 이 한 문장이 우리의 정체성입니다. 완벽하지 않은 세계에서, 완벽에 가까워지려는 집요함. 그것이 NVIUS가 존재하는 이유이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철학입니다.